1. 도서 선정 이유
손원평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아몬드’라는 책을 이미 읽었었습니다. 20분만 읽어보자 했던 책을 그 자리에서 전부 읽어버렸던 신기한 경험을 했었습니다. 미친 흡입력과 몰입도, 뛰어난 문체가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에 더해 위로까지 됐었던 인생작입니다. 그래서 손원평 작가님이라는 이름만 보고 이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아몬드만큼의 흡입력은 없어도 많은 위로를 얻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 Review Point
1. 집’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을 했던 것은 ‘집’은 추상체라는 것입니다. 밥을 먹고, 자는 공간을 집이라고 할 수도 있고, 특정한 사람의 곁을 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자기 자신 그 자체가 집일 수도 있습니다. 어디든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거나, 안정감이 드는 곳이 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에는 여덟 개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주인공과 그와 같이 사는 사람의 이야기, 그 집에 묻은 과거의 이야기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나온 시간을 우리는 과거라고 부릅니다. 그 과거는 아프기도 하고 멍울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마저 타인으로 느끼게 되었고, 누군가는 상자 속으로 숨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산물이 되어 버린 현재에서 표류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과거에서 기인한 현재에서 집을 잃은, 혹은 짖ㅂ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2. 위로의 이야기
이 책을 잃으면서 왜인지 자꾸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여덟 개의 에피소드가 이야기하고 있는 ‘집’ 때문이었습니다. 모두 가지고 있을 어떠한 과거와, 어딘가 불편한, 타인의 집 같은 집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나 자신 조차도 타인이 되어버려 나를 괴롭힐 때가 있습니다. 그럼 오로지 나만의 공간이었던 나의 집, 나의 방이 내 집이 될 수 없게 돼버립니다.. 완벽한 타인의 집이 되어버리는 것을 목도하게 됩니다.
성인이 되고, 고등학생 때 꿈꿨던 미래와 달리 대학은 더한 경쟁을 요구했습니다. 꿈을 꾸기에는 현실이 두려웠고, 꿈을 포기하기엔 현실이 퍽퍽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쟁을 해서 무언가를 쌓아야만 하는 것이 현재 대학생의 모습이었고, 그럴수록 내게서 쉼의 공간인 ‘집’이라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좋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와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집을 잃은 모습이, 정처 없이 방황하고 과거로 떠밀려 가는 모습이 저와 닮아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그렇게 방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들의 삶이 지속되는 모습을 조명하는 이 책은 또 한 번의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이 책이 담은 의미와 위로는 더 많을 것입니다. 여덟 개의 이야기 끝에 ‘소음과 하모니’라는 이름으로 달린 해설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이 사회와 연결 시켜볼 수도 있고, 타인과의 관계와 연결 지을 수도 있습니다. 감상이라는 원체 제각각인 법이니까요. 저에게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3. 추천 대상
그래서 저는 저와 같은 대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하나 없이 표류하는 것 같은 대학생에게 말입니다. 꿈이 없어 방황하고, 경쟁에 지쳐 매일이 벅차고, 끊임 없이 요구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종국에는 ‘나’ 자신 조차 잃어 ‘내’가 타인이 되어버리는, 그래서 편안함을 느낄 공간 하나 없어지는 것 같은, 청춘의 무거운 추를 달고 있는 사람들에게, 청춘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4 . 대사 수록집
우린 섬을 표류하는 방랑자 같아요. 한 때는 소박한 꿈을 꾸는 것뿐이라고 믿었어요. 평범하고 인간다운 사회 구성원으로 학교를 다니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일상에서 만족하는 삶을 살면서요. 하지만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순간 꿈은 저만치 달아나 있죠. 여전히 꿈인 채로, 잡힐 듯 눈앞에 아른거리는 상태로요.
-> 이러다 내 스스로 바다에 빠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표류도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이 이야기의 끝이 너라서.”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순간 영화는 현재를 후회하거나 되짚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일을 되돌려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가능한 쪽을 택하고 편을 들어야 했다. 가능하고 확실한 건 눈앞에 보이는 이 새롭고 무궁한 아이였다.
-> 그래도 항상 내가 무궁하다는 희망 한 줄은 남겨 놓고 한다.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 희망 한 줄이 언젠가 망망대해를 가르고 항해하는 너른 배가 되어줄지.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계인 2부, 스포 없는 리뷰 (0) | 2024.01.14 |
---|---|
외계인 1부, 간단한 후기 (0) | 2024.01.14 |
목소리의 형태, 회복의 이야기 (1) | 2024.01.13 |
'모순',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이었다. (1) | 2024.01.12 |
엘리멘탈, 반창고 같은 이야기 (2) | 2024.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