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보게 된 계기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는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됐고, 둘째는 많은 영화 중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은 설국열차 밖에 없는데, 명성이 워낙 자자하니 개 중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선택했습니다. 설국열차 마지막 엔딩이 열린 결말에 약간의 찝찝함이 남아 있었던 기억이 있어 조금 고민했지만 그래도 재생을 했습니다.
2. 원작
박쥐의 원작은 프랑스 작가인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입니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아닙니다. 엔딩 크레딧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 표기한 만큼 등장인물의 이름과 큰 설정,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박찬욱 감독식으로 스토리를 구성했습니다. <테레즈 라캥>과 <박쥐> 공통적으로 육체의 욕망과 욕망을 억압하는 죄의식을 고찰합니다. 사실적으로, 가감 없이 연출하기 때문에 두 작품 모두 완독하고 나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테레즈 라캥>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라캥 모자 ( 母子)에게 거둬진 테레즈는 자신을 먹여주고 입혀준 라캥 모자 ( 母子) 의 은혜를 갚기 위해 그들의 식모와 같은 생활을 했음에도 카미유 라캥과 결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캥 부인의 모임을 통해 카미유의 친구 로랑을 만나게 되는데, 자신이 챙겨줘야 하고 조용한 카미유와 달리 탕아적 면모를 보이며 화가라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로랑과 사랑에 빠집니다. 억압되어 있던 본능이 불타오르고 로랑과 테레즈는 급기야 카미유를 살해하게 됩니다. 그 후 그 둘은 결혼을 하지만 카미유를 살해했다는 죄의식이란 본능에 잠식되어 서로를 멀리하게 되고 결국 죽음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3.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
영화도 소설과 큰 맥락은 가져가지만 세부 스토리가 다릅니다. 소설 <테레즈 라캥>에서 로랑과 테레즈는 욕망에 이끌려 카미유를 죽이는 결과에 떠밀리지만, <박쥐>에서는 상현(로랑)과 태주(테레즈)가 강우(카미유)를 죽이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마저도, 소설에서는 카미유를 죽이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테레즈의 모습과 달리 태주가 적극적인 모습(상현이 자신이 강우에게 학대를 당한다고 오해하도록 둔 것.)으로 인해 상현이 어쩔 수 없이 결단을 하게 됐습니다.
소설에서 카미유가 죽고 로랑과 테레즈는 서로를 멀리 하게 됩니다. 로랑과 테레즈에게 ‘밀회’란 자신들을 억누르던 사회적, 도덕적 관습에서의 일탈이자 쾌락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억누르던 장치인 카미유가 사라지자 쾌락이 옅어지고 그 위에 죄의식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테레즈는 이에 못이겨 라캥 부인에게 고해성사를 하지만 사지불구가 된 라캥 부인에게 회개받지 못합니다. 로랑도 테레즈도 죄의식의 부피가 커지고 그것을 쾌락으로 잊기 위해 난잡한 생활을 하거나 스스로 학대를 하며 피폐한 삶을 이어갑니다. 그러다 서로는 더 이상 서로를 향한 욕망을 느낄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해서 죽음까지 내몰리게 됩니다.
영화에서 상현(로랑)과 태주(테레즈)는 같으면서도 다른 결말을 택합니다. 회초리로 자신의 욕망을 과할 정도록 억눌러왔던 상현은 ‘뱀파이어’가 됐음에도 살생을 하지 않았습니다. 태주에 의해서 처음으로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태주를 죽였지만 다시 되살립니다. 살인은 하지 않기로, 자신의 욕망을 계속 억누르는 상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되살아난 태주는 ‘뱀파이어’그 자체가 됩니다. 욕망에 충실했기에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다닙니다. 이에 대해 상현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태주와 함께 죽기로 결심합니다.
소설과 영화가 가장 다른 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소설의 로랑과 테레즈는 계속 끌려다녔다는 것입니다. 욕망에 의해 살인을 하고, 좌절하고, 모든 상황이 욕망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상현(로랑)은 선택을 합니다. 살인을 한 것도 상현의 선택이었고, 죽음 역시 선택했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소설 보다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이었습니다.
4. 평가
에밀 졸라는 <테레즈 라캥>을 통해 인간의 내면 본성을 탐구하였습니다. 본능에 충실한 인간을 나타내기 위해 탄생한 인물이 테레즈, 카미유, 로랑입니다. 그는 욕망으로 인하여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인물의 운명을 탁월한 심리 묘사를 통해 전달합니다. 소설에서는 인물의 심리 묘사를 통해 인물의 욕망을 보여주지만, 시각 장르인 영화에서는 시각적, 상징적인 요소의 추가를 통해 보여줍니다. 박찬욱은 뱀파이어, 신부, 신체 훼손 등과 같은 시각적이고 상징적인 요소를 통하여 19세기 소설에 갇힌 등장인물을 새롭게 각색하여 영화 속에 등장시켰습니다. 영화 <박쥐>는 문학 작품이 오로지 대중성과 오락성만을 위한 난색하고 자극적인 방향으로의 콘텐츠화가 아닌, 문학의 난해성과 접근성, 시대 및 문화 차이와 같은 한계점을 보완하는 역할로서의 재탄생일 때,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점에서는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평 받고 있습니다.
5. 개인적인 감상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일정 수치를 넘어선 욕망은 불쾌로 이어진다.’라는 것을 너무나 잘 느낄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정말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 영화입니다. 원작을 너무 잘 살려서 관람 내내 힘들었던 영화였습니다. 영상이나 연출 관련 사람이었다면 박찬욱 감독의 세세하고도 치밀한 미장센에 감탄했을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학생인 저는 힘들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6. 참고문헌
조미영. 조운아, 「소설 『테레즈 라캥』과 영화 [박쥐]에 나타난 욕망과 죄의식」, 현대문학이론연구, 2011, 46(0), 249-272
김진아, 「각색영화의 특성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건국대학교 대학원, 2015, 서울
김소연, 「문학치료학적 관점에서 본 영화 『박쥐』의 창작과정」, 문학치료연구, 2010, 15, 33-71
조성애, 「에밀 졸라와 저널리즘」, 유럽사회문화, 2013, 1(10), 55-79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 히어로, 킬링 타임용으로 딱! (0) | 2024.01.16 |
---|---|
피 끓는 청춘, 다시 보기 좋은 영화 (0) | 2024.01.15 |
외계인 2부, 스포 없는 리뷰 (0) | 2024.01.14 |
외계인 1부, 간단한 후기 (0) | 2024.01.14 |
목소리의 형태, 회복의 이야기 (1) | 2024.01.13 |